왼쪽부터 서울대 이태우 교수, 스탠포드 대학 제난 바오 교수, 서울대 이영준 박사, 스탠포드대학 유신 리우 박사, 서울대 서대교 박사과정
서울--(뉴스와이어)--서울대학교 공과대학(학장 홍유석)은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와 스탠포드대학교 제난 바오 교수 국제 공동 연구팀이 신경을 모방하는 뉴로모픽 유기 인공 신경을 통해 척수 손상으로 신경이 마비된 쥐 모델의 근육 운동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쳐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8월 16일자로 게재됐다.
신경은 생명 활동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물리적 충격, 유전적 원인, 2차 합병증, 노화 등의 원인으로 쉽게 손상된다.
한번 손상된 신경은 재건이 어려우며, 생체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신체 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영구적으로 상실하게 된다.
인류 탄생과 함께 겪어온 신경 손상이라는 의학적 난제는 눈부신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 난제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큰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기 위해서 외과적 수술과 약물치료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됐으나, 한번 손상이 되거나 퇴화된 신경의 기능은 다시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로 남아있다.
현재 신경 손상 환자의 재활을 위해 시도되고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다양한 접근법 중에서 임상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기능적 전기자극 치료(Functional Electrical Stimulation; FES)는 컴퓨터 등을 통해 제어되는 신호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신경마비환자의 더 이상 수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게 된 근육에 전기자극을 가해 근육 수축을 유발함으로써 기능적으로 유용한 동작을 제한된 공간 및 모니터링 환경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근육을 자극하기 위한 신호 처리를 위해 복잡한 디지털 회로 및 컴퓨터를 수반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생체적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환자가 일상 생활에서 오랜 시간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한계가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생체 신경섬유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신축성 저전력 유기 나노선 인공 신경을 이용해, 복잡하고 부피가 큰 외부 컴퓨터 없이 인공 신경만으로 쥐의 다리 움직임을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신축성 인공 신경은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고유수용기를 모사한 인장 센서, 생체 시냅스를 모사하는 유기 인공 시냅스, 다리 근육에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하이드로젤 전극으로 구성된다.
공동 연구팀은 생체 신경과 유사한 원리로 인공 시냅스에 전달되는 활동 전위의 발화 주파수에 따라 쥐 다리의 움직임과 근육의 수축 힘을 조절했고, 생체 신경의 가소성을 모사하는 인공 시냅스는 무겁고 전력 소모가 많은 컴퓨터 등 외부 시스템 없이 일반적인 FES보다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다리의 움직임을 구현했다.
또한 인공 고유수용기는 제어를 위한 외부 컴퓨터 없이도 쥐의 다리 움직임을 감지해 인공 시냅스에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줘 다리의 과도한 움직임으로 인해 근육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했다.
이어서 신경이 마비된 쥐가 공을 차거나 러닝머신 위에서 걷고 뛰는 움직임을 구현했고, 움직이는 동물의 운동 피질에서 사전 기록된 신호를 샘플링해 인공 시냅스를 통해 쥐의 다리를 움직임으로써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위한 인공 신경의 응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울대 이태우 교수는 “신경 손상은 눈부신 의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난제로 여겨지고 있으며, 새로운 돌파구가 없다면 미래에도 난제로 남을 것이다. 생물학적 의학적 방식이 아니라 공학적 방식으로 신경 손상 극복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또한 “신경 손상 극복을 위한 공학적 접근 방식은 관련 질병 및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논문의 제1저자인 이영준 박사는 “생체 신경망의 거동을 모사해 차세대 컴퓨팅 소자로 주목 받고 있는 뉴로모픽(Neuromorphic)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해당 연구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그는 “이를 통해 뉴로모픽(Neuromorphic) 분야가 컴퓨팅에 그치지 않고 의공학과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해당 연구는 연구팀에서 구현하고자 오래 전부터 계획해왔으며, 2017년부터 주로 서울대 교내 창의 선도 과제의 도움을 받아왔다.
이를 통해 국가 과학 난제 프로젝트에 그 아이디어가 두 번(2020년, 2021년)이나 채택돼 도전했고 2021년 ‘손상된 신경의 회복은 가능한가?’라는 유튜브 동영상은 1년간 가장 높은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이 연구는 서울대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꾸준히 진행된 끝에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스탠포드 대학 제난바오 교수와는 2018년도에 세계구원지인 Science지에 공동협력 논문을 게재했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쥐와 같은 설치류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임상 적용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당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통해 척수손상, 말초신경 손상, 루게릭, 파킨슨, 헌팅턴 병과 같은 신경 손상에 대한 그동안 없던 새로운 해결책 및 전략의 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