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뉴스와이어)--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가 시장 불안정 시기,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의 위험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시장이 고도로 불안정한 시기에도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신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위험을 분담하고자 기업 간 제휴를 맺는 경우가 적지 않다. AOL-타임워너 합병 건이 대표적인데, 온라인 서비스 공급사와 미디어 대기업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이 제휴는 2000년대 초반 세계 인터넷 이용률이 본격적으로 급증하던 대격변기에 이뤄졌다.
2018년 사업 분리로 끝난 이들의 제휴는 최악의 합병 사례로 남았다.
물론 성공 사례도 존재한다. 자동차 주행 시 개인 맞춤형 음악 서비스를 제공한 스포티파이-우버 제휴는 양 회사에 윈윈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제휴는 스포티파이가 아티스트에게 공정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던 시점에 체결된 것이다. 전략적 제휴가 성공을 거둔 또 다른 사례로는 스타벅스와 반스앤노블 파트너십을 꼽을 수 있다. 이 파트너십은 반스앤노블 서점 방문객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제공함으로써 반스앤노블이 서점 업계를 장악하기 시작한 온라인 라이벌들에 맞서는 데 도움을 줬다.
그렇다면, 어려운 시기에 내실을 다지고 실적을 개선하려 전략적 제휴를 맺는 일부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시장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 맺는 제휴가 기업 모두를 튼튼하게 만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휴 전략이 기업 실적과 혁신을 어떻게 개선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연구들과 달리, 리부가 강(Ribuga Kang) 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가 한정윤(Jungyun Han) 국립타이완대 교수와 공동 집필한 연구 논문 ‘시장 불확실성, 제휴 기업의 혁신, 그리고 제휴 파트너의 특성(Market Uncertainty, Innovation of Firms in Alliance and Alliance Partner Characteristics)’은 제휴를 맺은 기업들의 혁신에 시장 불확실성이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강 교수와 한 교수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제약과 바이오테크 업계에서 제휴를 맺은 115개 기업 사례를 분석했다.
강 교수와 공동저자 한 교수에 따르면, 시장 불확실성이 제휴 기업들의 혁신을 저해하는 데에는 네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 변동기에는 파트너 기업들이 자사 보호에 좀 더 집중하기 때문에 제휴에 노력이나 자원을 투입하는 데 소극적일 수 있다. 또 환경 변화로 협약 내용을 재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 불화와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 간 신뢰와 협조 의지가 상당히 꺾일 수 있다.
둘째, 사업 환경이 적대적으로 변하면 기업 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질 확률도 커진다. 혁신은 제휴 기업들의 지식과 자원이 통합돼야 가능한데 기업 간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생기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가 힘들어진다.
셋째, 제휴 파트너를 둔 기업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물색하는 데 있어 파트너에 과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넷째, 시장 환경이 불안정할 때 제휴를 맺은 기업들끼리 불확실성과 어려움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게 되면 시장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강화되고, 그 결과 기업들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사업 전략을 수립해 혁신 속도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강 교수는 “두 회사가 초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짝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제휴를 맺으려는 기업들은 시너지와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는 파트너십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리스크 완화하기
연구진은 시장 불확실성이 혁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연구에 따르면, 다른 업종과 국가에 속한 기업을 파트너로 고르면 다양하고 유용한 신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강 교수는 다른 업종 기업을 파트너로 고를 때의 이점이 세 가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다른 업종을 배경으로 한 파트너 회사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다른 업종 기업을 파트너로 두면 신선한 관점을 얻을 수 있으며 고리타분한 시장 관행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셋째, 다른 업종 기업끼리 제휴를 맺으면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있다. 그 결과 정보 교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그 덕에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외국 기업을 파트너로 둘 때의 이점 또한 세 가지가 존재한다. 첫째로 외국 파트너가 현지에 국한되지 않은 지식과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 둘째로 국경을 초월한 제휴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색다른 사업 관행 그리고 조직적 문화를 터득할 기회로 작용한다. 셋째로 외국 파트너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혁신의 규모 vs 질
연구진은 다른 업종과 국가의 기업과 맺는 제휴가 다양한 측면에서 혁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제휴의 유형에 따라 혁신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졌으며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이 충족되지 못한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서인지 아니면 새로운 해법을 제공해서인지가 결정됐다.
혁신의 규모를 측정하기 위해 연구진은 기업이 신청한 특허 건수를 살폈다. 후자 유형의 혁신, 즉 (이미 밝혀진 고객 니즈 충족에 집중하는 활용형 혁신과 상반되는) 탐구형 혁신의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부문별 신규 특허 신청 건수를 살폈다. 이 두 유형의 특허 건수는 기업이 제휴를 체결한 후 4년 동안을 기준으로 했다.
조사 결과, 외국 파트너와 맺는 제휴는 시장이 불안정할 때에도 특허 건수 증가로 이어졌다. 한편 다른 업종 기업과 맺는 제휴는 시장 불안정기에 탐구형 혁신의 증가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외국 파트너사를 통해 배우는 조직 스타일이나 문화적 차이 등 신지식이 기업의 특허 건수 증가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기업이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혁신을 이루고 싶다면 다른 업종 기업을 파트너로 두고 자신들의 지식 범위 밖에 있는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영에 시사하는 의미
제휴 체결은 기업들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사업 전략이지만, 강 교수와 공동저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기업 제휴에 리스크와 난관으로 작용해 제휴에 따른 이익을 상쇄할 수 있으므로 기업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당부한다.
또 연구진은 불리한 사업 환경에서 기업이 어떠한 영향과 리스크에 노출됐는지 경영진이 심도 있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 환경이 안 좋을 때는 파트너 회사가 자사 이익을 보호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데다) 불확실성에 대한 경영진의 이해가 부족할 경우 제휴를 맺더라도 의미 있는 혁신 목표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강 교수와 공동저자는 혁신 상품 개발을 위해 전문성을 최대로 상호 활용할 수 있는 전략 파트너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경영진에게 조언한다. 더불어 불안정과 경쟁이 심한 시장 환경에 있을수록 컴포트존 바깥에서 파트너 회사를 물색하고 같은 국가 또는 같은 업종 기업과의 제휴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참고문헌: Han, J. and Kang, R. (2020), “Market uncertainty, innovation of firms in alliance and alliance partner characteristics”, European Journal of Innovation Management, Vol. ahead-of-print No. ahead-of-print. https://doi.org/10.1108/EJIM-05-2020-0195
이 보도자료는 CUHK 경영대학교 웹사이트인 China Business Knowledge(CBK)(https://bit.ly/3cxxGBy)에 먼저 게재됐다.
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 (CUHK Business School) 개요
1963년 설립된 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는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경영학 학사(BBA) 학위와 MBA, EMBA 과정을 모두 제공하는 기관이다. 본교는 현재 48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홍콩 내에서 가장 많은 경영대학원 졸업생(4만명 이상)을 배출했다.